"우리 아버지 나이 드시더니 많이 순해지셨어", "엄마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고집이 세지셨어." 이런 말, 명절마다 한 번씩은 듣게 되죠. 정말 사람 성격은 나이가 들면서 변할까요? 심리학 연구의 답은 "변한다,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대체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예요. 수십 년 동안 같은 사람을 추적한 빅파이브 종단연구들을 보면, 많은 사람이 20~40대를 지나며 더 성실해지고, 감정 기복이 줄고, 남과 더 잘 지내는 쪽으로 움직여요. 연구자들은 이걸 '성격 성숙 원리(maturity principle)'라고 불러요.
저희 부모님이 은퇴 무렵 재미로 성격 테스트를 해 보시더니 "30년 전에 했으면 완전 다르게 나왔을 거야"라고 웃으시더라고요. 그 말이 꽤 과학적인 이야기였다는 걸 이 글을 정리하며 알았어요. 이 글에서는 성격이 언제 얼마나 바뀌는지, 왜 바뀌는지, 그리고 중년·시니어가 성격 테스트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할게요.
핵심 요약
빅파이브 특성 중 성실성, 정서 안정성, 친화성은 성인기에 걸쳐 평균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변화는 특히 20~40대에 커요(Roberts 등, 2006).
같은 연령대 안에서 내 순위가 유지되는 정도(순위 안정성)는 나이가 들수록 높아져서 50~70세 무렵 가장 안정적이에요(Roberts & DelVecchio, 2000).
일, 결혼, 부모 되기 같은 사회적 역할이 성격 변화를 이끈다는 '사회적 투자 이론'이 유력한 설명이에요.
시니어 성격 테스트는 '나는 원래 이래'를 확인하는 도구보다 '요즘의 나'를 돌아보고 가족과 이야기할 재료로 쓰면 가장 재미있어요.
성격은 정말 변할까? '고정' vs '변화' 논쟁
오랫동안 심리학에서는 "성격은 서른이 넘으면 석고처럼 굳는다"는 견해가 강했어요.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 책에서 쓴 비유가 자주 인용되죠.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같은 사람을 10년, 20년, 길게는 60년 넘게 추적한 종단연구가 쌓이면서 그림이 달라졌어요.
여기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게 있어요. '성격이 변한다'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거든요.
| 구분 | 무엇을 보나 | 예시 |
|---|---|---|
| 평균 수준 변화 | 같은 세대 전체의 평균 점수가 나이 들며 오르내리는가 | 30대보다 50대 평균 성실성이 높다 |
| 순위 안정성 | 또래 안에서 내 상대적 위치가 유지되는가 | 20대에 친구 중 가장 외향적이던 사람이 60대에도 그런가 |
두 가지는 동시에 일어날 수 있어요. 모두가 함께 조금씩 차분해져도(평균 변화), 그 안에서 "우리 중엔 쟤가 제일 활발해"라는 순서는 유지될 수 있거든요(순위 안정). 이 구분을 알면 연구 결과가 훨씬 잘 읽혀요.
빅파이브 종단연구가 말하는 성격 변화 방향
빅파이브는 성격을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정서적 불안정성) 다섯 특성의 점수로 보는 모델이에요. MBTI와의 차이는 심리테스트가 잘 맞는 것 같은 이유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Roberts 등(2006)의 메타분석
성격 변화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은 브렌트 로버츠(Brent Roberts) 연구팀이 2006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낸 메타분석이에요. 10세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을 추적한 92개 종단 표본을 모아 분석했고, 결과를 요약하면 이래요.
- 사회적 지배성(외향성 중 주도적인 면), 성실성, 정서 안정성은 특히 20~40세 사이에 뚜렷하게 높아졌어요.
- 친화성은 비교적 늦게, 노년기에 오르는 경향이 보였어요.
- 사회적 활력(외향성 중 활발함)과 개방성은 청소년기에 오르다가 노년기에는 다소 내려갔어요.
- 의외로 변화가 가장 큰 시기는 사춘기가 아니라 젊은 성인기(20~40세)였어요.
아주 늦은 노년기에는?
70대 후반 이후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어요. 독일 대규모 패널을 분석한 연구(Lucas & Donnellan, 2011) 등에서는 아주 늦은 노년기에 성실성·외향성·개방성이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되기도 했어요. 건강 변화, 활동 반경 축소 같은 영향으로 해석돼요. 다만 변화 폭은 작고 개인 차이가 커요. "나이 들면 고집이 세진다"는 통념은 연구로 일관되게 확인되진 않아요. 오히려 친화성은 노년에 높아지는 쪽 결과가 많아요.
나이 들수록 성격이 안정되는 이유: 누적 연속성 원리
평균이 변한다고 해서 내 성격이 뒤죽박죽 바뀌는 건 아니에요. 같은 사람을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쟀을 때 순위가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순위 안정성'이라고 하는데, Roberts와 DelVecchio(2000)는 152개 종단연구를 모아 이 값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정리했어요.
1에 가까울수록 또래 안에서의 순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에요. 나이 들수록 높아지지만 1에는 닿지 않아요.
표로 보기
| 구분 | 순위 안정성 |
|---|---|
| 아동기 | 0.31 |
| 대학생 시기 | 0.54 |
| 30세 무렵 | 0.64 |
| 50~70세 | 0.74 |
연구자들은 이를 '누적 연속성 원리(cumulative continuity principle)'라고 불러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고른 환경(직업, 배우자, 친구, 사는 동네)이 지금의 성격과 잘 맞게 정리되고, 그 환경이 다시 성격을 유지시키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50~70세의 값조차 1이 아니라 0.7대라는 점이 중요해요. 가장 안정적인 시기에도 성격은 변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60년 넘게 추적하면 어떻게 될까
아주 긴 시간 간격에서는 이야기가 또 달라져요. 영국 스코틀랜드 연구(Harris 등, 2016)는 1950년 14세 때 교사가 평가한 성격 특성과, 같은 사람이 77세 무렵 스스로·지인이 평가한 특성을 비교했어요. 그 결과 두 시점 사이의 관련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어요. 측정 방법이 달랐다는 한계가 있지만, 10대의 성격이 평생 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준 연구로 자주 인용돼요.
성격은 왜 변할까: 사회적 투자 이론
그렇다면 무엇이 성격을 바꿀까요? 가장 유력한 설명은 사회적 투자 이론(social investment theory, Roberts, Wood & Smith, 2005)이에요.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등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에 맞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성격 자체가 그쪽으로 움직인다는 거예요. 매일 아침 출근 시간을 지키다 보면 성실성이 조금씩 몸에 배는 식이죠.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62개국 자료를 비교한 연구(Bleidorn 등, 2013)에서는 취업·결혼 같은 성인 역할을 일찍 맡는 문화일수록 젊은 층의 성격 성숙이 더 빨리 나타났어요.
생애 사건별로 보면 이런 경향이 보고돼 왔어요. 개인 차가 크다는 점은 꼭 기억해 주세요.
| 생애 사건 | 연구에서 자주 보고된 경향 |
|---|---|
| 첫 직장 | 성실성 상승 |
| 연애·결혼 등 안정된 관계 | 정서 안정성 상승 경향 |
| 은퇴 | 변화 폭이 작고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림 |
| 손주 돌봄 등 새 역할 | 관련 연구가 적어 결론 내리기엔 이름 |
마음먹으면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성격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작은 행동 목표를 주고 몇 주간 추적한 연구(Hudson & Fraley, 2015)에서는,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가 관찰됐어요. 또 심리치료 등 개입 연구 207개를 모은 메타분석(Roberts 등, 2017)에서는 평균 몇 달의 개입 뒤 특히 정서 안정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성격은 운명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운 면이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결과예요.
노년기의 마음: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
노년기 성격을 이해할 때 함께 알아 두면 좋은 이론이 있어요. 스탠퍼드대 로라 카스텐슨(Laura Carstensen)의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이에요. 남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느낄수록 사람은 새로운 정보나 넓은 인맥보다 가까운 관계와 정서적 만족을 더 중시하게 된다는 거예요.
이와 관련해 나이 든 사람이 부정적인 정보보다 긍정적인 정보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긍정성 효과'도 보고됐어요(Mather & Carstensen, 2005). 그래서 부모님이 예전엔 모임을 많이 다니셨는데 요즘 친한 몇 사람만 만나신다면, 그건 성격이 어두워졌다기보다 관계를 고르는 기준이 바뀐 것일 수도 있어요.
시니어 성격 테스트, 이렇게 즐기면 더 재미있다
중년 이후 성격 테스트는 젊을 때와 다른 재미가 있어요.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해요.
- "지금의 나"로 답하기: 젊을 때 기억이 아니라 요즘 일주일을 떠올리며 답하세요. 결과가 예전과 다르면 그게 바로 성격 성숙의 흔적이에요.
- 배우자와 서로 대신 답해 보기: 남편이 아내 입장에서, 아내가 남편 입장에서 답한 뒤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면 대화가 저절로 시작돼요. 부부 대화 온도 테스트는 이런 놀이에 잘 맞아요.
- 인생 2막 계획의 대화 재료로 쓰기: 은퇴 뒤 무엇을 할지 막막할 때, 인생 2막 적성 테스트 결과를 보고 "이건 맞고 이건 아니네"를 따져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돼요.
- 결과를 꼬리표로 쓰지 않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말은 연구가 보여 준 '변할 수 있는 성격'과 맞지 않아요.
- 걱정되는 변화는 테스트가 아니라 진료로: 갑자기 의심이 많아지거나, 화를 참지 못하거나, 무기력이 몇 주씩 이어진다면 성격 변화가 아니라 우울이나 인지 기능 변화의 신호일 수 있어요. 이럴 땐 재미용 테스트 대신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마지막 항목은 꼭 기억해 주세요. 연구에서 말하는 성격 성숙은 수년~수십 년에 걸친 아주 느린 변화예요.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다른 원인을 먼저 살펴보는 게 맞아요.
자주 묻는 질문
성격은 몇 살까지 변하나요?
평균 변화는 20~40대에 가장 크지만, 연구에서는 60대 이후에도 작은 변화가 관찰돼요. 순위 안정성은 50~70세 무렵 가장 높지만 그때도 완전히 고정되지는 않아요. "언제까지"라기보다 "갈수록 천천히"에 가까워요.
나이 들면 고집이 세진다는 말은 맞나요?
연구로 일관되게 확인된 내용은 아니에요. 빅파이브 연구에서는 오히려 친화성이 노년에 높아지는 경향이 자주 보고됐어요. 다만 건강이나 인지 기능 변화가 있으면 행동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갑작스러운 변화는 진료로 확인하는 게 좋아요.
MBTI 유형이 예전과 다르게 나오는 것도 성격 변화인가요?
일부는 성격 변화일 수 있지만, MBTI는 가운데 근처 점수를 둘로 나눠서 재검사 때 유형이 쉽게 바뀌는 구조예요. 유형 글자보다 점수 방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는 게 더 의미 있어요.
성격을 일부러 바꾸는 게 가능한가요?
작은 행동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가 관찰됐다는 연구(Hudson & Fraley, 2015)가 있어요. 성격은 습관처럼 반복된 행동이 쌓여서 바뀌는 면이 있어요.
부모님 성격이 갑자기 변하신 것 같아요.
몇 달 사이의 뚜렷한 변화는 정상적인 성격 성숙과 속도가 달라요. 우울, 수면 문제, 약 부작용, 인지 기능 변화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가족이 함께 진료를 권해 보세요.
정리
성격은 평생 굳어 있는 게 아니라 천천히, 대체로 성숙한 방향으로 움직여요. 빅파이브 종단연구들은 성실성·정서 안정성·친화성이 성인기에 걸쳐 높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변화 폭은 작아지되 0이 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 줘요. 그 변화를 이끄는 건 일, 관계, 역할 같은 삶의 경험이에요.
그러니 은퇴를 앞두거나 인생 2막을 고민 중이라면, 예전 테스트 결과에 나를 맞추기보다 지금의 나를 다시 재 보는 게 재미있어요. 인생 2막 적성 테스트로 요즘의 성향을 확인하고, 부부 대화 온도 테스트로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결과를 두고 "옛날의 당신이었으면 이렇게 안 나왔을걸" 하고 웃는 것까지가 이 테스트의 진짜 재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