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10배. PBR 0.5배.
종목 정보 화면을 열면 이런 숫자가 맨 위에 붙어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는 "PER 낮으니 싸다", "PBR 1도 안 되는데 저평가"라는 말이 자주 오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PER은 이익 대비 가격(주가 ÷ 주당순이익), PBR은 장부상 순자산 대비 가격(주가 ÷ 주당순자산)이고, 낮다는 건 "싸게 거래된다"는 사실일 뿐 "싸서 살 만하다"는 판단은 아니다. 왜 낮은지 이유를 찾는 출발점으로 쓰는 게 맞다.
이 글에서는 가상의 회사 하나로 PER과 PBR을 직접 계산해보고, 같은 PER이라도 이익이 늘 때와 줄 때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PBR과 ROE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앱마다 PER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와 흔한 착각까지 정리한다.
핵심 요약
PER 10은 지금 이익이 유지된다면 10년 치 이익을 주고 산다는 뜻이고, PBR 1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과 같다는 뜻이다.
저PER은 이익 감소 예상, 일회성 이익, 저성장 업종 때문인 경우가 많고, 고PER은 이익이 크게 늘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경우가 많다.
PBR = PER × ROE 관계가 있어서, 자기자본으로 돈을 잘 버는 회사일수록 PBR을 높게 받는 경향이 있다.
확정 이익, 최근 4분기(TTM), 추정 이익(선행) 중 어떤 기준인지 맞춰야 비교가 의미 있다.
PER 뜻과 계산법, 주가 ÷ 주당순이익(EPS)
PER(Price 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은 회사가 1년에 버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지 보여준다.
가상의 회사 '가나전자'로 계산해보자(예시).
| 항목 | 값 |
|---|---|
| 주가 | 50,000원 |
| 발행주식 수 | 2,000만 주 |
| 시가총액 | 1조 원 |
| 연간 순이익 | 1,000억 원 |
| 주당순이익(EPS) | 1,000억 ÷ 2,000만 주 = 5,000원 |
| 자본총계(순자산) | 2조 원 |
| 주당순자산(BPS) | 2조 ÷ 2,000만 주 = 100,000원 |
- PER = 주가 ÷ EPS = 50,000 ÷ 5,000 = 10배
- 같은 값을 회사 전체로 보면: 시가총액 ÷ 순이익 = 1조 ÷ 1,000억 = 10배
PER 10이면, 지금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10년 치 이익을 주고 회사를 산다는 뜻이다. 거꾸로 뒤집은 값(1 ÷ PER = 10%)을 '이익수익률'이라고 부르는데, 예금 금리와 비교하는 감각으로 쓰기도 한다. EPS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ROE와 EPS 정리에서 자세히 다뤘다.
PER이 낮으면 싼 걸까, 이유를 먼저 본다
숫자가 낮을수록 이익 대비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까지는 맞다. 시장이 미처 알아보지 못해서 싸게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유가 있다.
- 이익이 앞으로 줄어들 거라고 보는 경우
- 올해 이익에 일회성 이익(자산 매각 차익 등)이 섞여 있는 경우
- 업종 자체가 성장이 느려서 원래 낮게 평가받는 경우
- 지배구조나 주주환원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경우
반대로 PER이 높은 회사는 시장이 앞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비싸 보이지만 이익이 따라오면 PER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같은 가격, 다른 미래: PER이 어떻게 변하나
주가는 그대로라고 가정하고, 지금 PER 30인 회사의 이익이 매년 30%씩 늘 때와, 지금 PER 10인 회사의 이익이 매년 10%씩 줄 때를 비교해보자(예시).
3년 뒤 두 회사의 PER은 같아지고, 5년 뒤엔 '비쌌던' 회사가 더 싸져요.
표로 보기
| 구분 | PER 30 · 이익 매년 +30% | PER 10 · 이익 매년 −10% |
|---|---|---|
| 지금 | 30 | 10 |
| 1년 후 | 23.1 | 11.1 |
| 2년 후 | 17.8 | 12.3 |
| 3년 후 | 13.7 | 13.7 |
| 4년 후 | 10.5 | 15.2 |
| 5년 후 | 8.1 | 16.9 |
지금 PER만 보면 10배짜리가 세 배 싸 보이지만, 이익 방향이 반대라면 3년 뒤에는 같아지고 5년 뒤에는 역전된다. 물론 이익이 매년 30%씩 는다는 기대가 빗나가면 고PER 주식은 크게 떨어진다. 결국 PER은 "미래 이익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숫자 하나로 압축한 것이다.
그래서 PER은 같은 업종끼리, 그리고 같은 회사의 과거와 비교할 때 쓸모가 크다. 반도체 회사와 은행의 PER을 나란히 놓고 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적자 기업은 PER 자체가 계산되지 않거나 마이너스로 나온다. 이럴 땐 매출 대비 가격(PSR)이나 현금흐름 같은 다른 지표를 봐야 한다.
PBR 뜻과 계산법, 주가 ÷ 주당순자산(BPS)
PBR(Price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의 몇 배인지 보여준다. 순자산은 회사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 즉 재무상태표의 자본총계다. 장부상으로 회사를 청산하면 주주에게 남는 몫이라고 보면 된다.
위 가나전자 예시라면 PBR = 50,000 ÷ 100,000 = 0.5배다. 시가총액 1조 원짜리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이 2조 원이라는 뜻이다. 재무상태표에서 자본총계를 찾는 법은 재무제표 3종 읽는 법에 정리했다.
| PBR | 의미 |
|---|---|
| 1 미만 |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보다 작음 |
| 1 | 시가총액 = 순자산 |
| 1 초과 | 장부에 없는 가치(브랜드·기술·성장성)를 시장이 인정 |
국내 증시는 PBR 1 미만 기업이 많다는 얘기가 오래 나왔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의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이 거론된 배경이기도 하다.
PBR이 낮은데도 안 오르는 이유, PBR = PER × ROE
장부상 자산이 실제로 그 가치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 팔리지 않는 재고, 회수가 어려운 채권, 수익을 못 내는 설비. 장부엔 있어도 시장은 그만큼 쳐주지 않는다.
그리고 자산이 많아도 그걸로 돈을 잘 벌지 못하면 PBR은 낮은 채로 머문다. 이건 식으로도 연결된다.
- PBR = 주가 ÷ BPS = (주가 ÷ EPS) × (EPS ÷ BPS) = PER × ROE
가나전자는 ROE가 5,000 ÷ 100,000 = 5%이고, PER 10 × ROE 5% = PBR 0.5로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같은 PER 10을 받는다고 할 때, ROE에 따라 PBR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면 이렇다.
그래서 PBR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같이 보는 경우가 많다. ROE가 3%밖에 안 되는 회사가 PBR 0.3에 거래된다면, 그건 싸다기보다 그 정도 수익성에 맞는 가격일 수 있다. 반대로 ROE가 꾸준히 15%인데 PBR이 0.7이라면 한 번 더 들여다볼 이유가 생긴다. 비율 계산이 필요하면 비율 계산기나 퍼센트 계산기를 쓰면 편하다.
앱마다 PER이 다른 이유, 기준을 맞춘다
같은 종목인데 앱마다 PER이 다르게 나올 때가 있다. 기준이 달라서다.
| 기준 | 계산에 쓰는 이익 | 장점 | 주의 |
|---|---|---|---|
| 확정 PER | 지난 회계연도 확정 이익 | 숫자가 확실함 | 최근 변화 반영이 늦음 |
| TTM PER | 최근 4개 분기 합산 이익 | 비교적 최신 | 분기 일회성 반영 |
| 선행 PER | 증권사 추정 이익(올해·내년) | 기대가 반영됨 | 추정이 틀리면 숫자도 틀림 |
선행 PER은 아직 오지 않은 이익으로 계산한 거라 추정이 틀리면 숫자도 같이 틀어진다. 비교할 땐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한쪽은 작년 이익, 한쪽은 내년 추정 이익으로 놓고 비교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온다. 추정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애널리스트 리포트 읽는 법에서 다뤘다.
PBR도 비슷하다. 분기마다 순자산이 바뀌니 언제 기준 자본인지 확인한다. 또 지배주주 순이익·지배주주 자본 기준인지, 연결 전체 기준인지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자회사가 많은 지주회사는 이 차이가 크다.
실전 예시: 저PER 두 회사, 어디가 진짜 쌀까
같은 업종에 PER이 똑같이 6배인 회사 두 곳이 있다고 해보자(가상의 예시).
| 항목 | 다라화학 | 마바소재 |
|---|---|---|
| PER(확정) | 6배 | 6배 |
| 순이익 중 일회성 이익 | 40%(공장 매각 차익) | 거의 없음 |
| 일회성 제외 시 PER | 10배 | 6배 |
| 최근 3년 영업이익 | 감소 | 완만한 증가 |
| ROE(일회성 제외) | 4% | 12% |
| PBR | 0.4배 | 0.72배 |
겉으로는 둘 다 PER 6배지만, 다라화학은 일회성 이익을 빼면 PER이 10배로 올라가고,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PBR 0.4가 싸 보여도 ROE 4%면 그 정도 가격이 이상하지 않다. 반대로 마바소재는 일회성 없이 PER 6배, ROE 12%인데 PBR이 0.72배라, 두 번째 질문(왜 이렇게 싸지?)을 던질 가치가 있는 쪽이다. 물론 이것도 출발점일 뿐, 지배구조·업황·부채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지표를 정상화(일회성 제거)한 뒤, 수익성(ROE)과 같이 본다"다.
PER·PBR 볼 때 흔한 실수
- 다른 업종끼리 비교: 은행과 소프트웨어 회사의 PER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 일회성 이익으로 낮아진 PER: 공장 매각 차익으로 순이익이 튀면 PER이 일시적으로 확 낮아진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같이 보자(손익계산서 보는 법).
- 경기민감주의 저PER 함정: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아 보인다. 이익이 꺾이면 PER은 순식간에 높아진다.
- PBR 1 미만이면 바닥이라는 생각: 적자가 이어지면 순자산이 줄어들고, PBR이 낮은 채로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
- 기준이 다른 숫자 섞기: 확정 PER과 선행 PER을 섞어 비교하는 실수.
자주 묻는 질문
PER은 몇 배면 적정한가요?
정답은 없다. 업종 평균, 그 회사의 과거 5~10년 PER 범위, 이익 성장률을 함께 보고 판단한다. 시장 전체 PER과 비교해 너무 높거나 낮다면 그 이유를 찾는 게 먼저다.
PER이 마이너스면 어떻게 보나요?
순이익이 적자라 PER이 마이너스로 계산되거나 표시되지 않는다. 이때는 PER로 판단하기 어렵고, 매출 성장, 영업현금흐름, PBR, 적자 축소 추세 같은 다른 숫자를 봐야 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회사를 청산하면 이득인가요?
장부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청산 때 자산이 장부가대로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재고·채권·설비가 장부보다 낮게 처분되는 경우가 많아서 PBR 1 미만이 곧 확실한 이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PER과 PBR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하나요?
이익이 안정적인 회사는 PER이, 자산 가치가 중요한 금융·지주회사는 PBR이 더 많이 쓰인다. 두 지표는 PBR = PER × ROE로 연결되니, ROE까지 세 개를 함께 보는 게 가장 좋다.
선행 PER은 믿을 만한가요?
증권사 추정치는 참고용이다. 경기 전환기에는 추정이 크게 빗나가기도 하니, 확정 PER이나 TTM PER과 함께 보고 추정치가 최근 상향되는지 하향되는지도 확인하자.
정리
- PER = 주가 ÷ EPS: 이익 대비 가격. 업종 내 비교, 과거와 비교.
- PBR = 주가 ÷ BPS: 자산 대비 가격. PBR = PER × ROE라 ROE와 묶어서 보기.
- 예시에서 PER 30과 PER 10은 이익 방향에 따라 3년 뒤 같아졌다. 지금 숫자보다 이익의 방향이 중요하다.
- 확정·TTM·선행 기준을 맞춰서 비교하기.
- 낮다고 싸다는 게 아니라, 왜 낮은지 물어볼 출발점. 지표는 결국 과거 숫자다.
다음으로 ROE와 EPS까지 읽어두면, PER·PBR의 분모가 어디서 나오는지까지 연결된다.